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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write

한여름 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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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힐 듯 찌는 여름의 햇볕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끈적한 땀이,
목이 타들어갈 듯한 갈증이
너와 있으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어.
온 열기를 끌어안고서라도 너와 함께이고 싶었을 만큼...
그렇게 난 너와 함께라면 뭐든 좋았고
이해가 안 되는 일 투성이었어.

하루는 네가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더라.
너는 내게 과분해 보였거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넌데,
너는 자꾸만 내게서 멀어져 가더라.
어쩌면 당연하다 싶었어.
내가 아닌 다른 이와 함께하는 것이.
세상에는 나만큼이나 널 사랑해 줄
좋은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
그만큼 너는 반짝였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난 너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나 난 네 옆에 있기에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툭하면 차오르는 눈물이 꼴 보기가 싫었지.
네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는 나약한 내 모습이 유독 싫었지만,
무엇보다 괴로웠던 건,
날 사랑하지 않는 네 앞에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하는 나였어.
그만큼 힘들면 떠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끄덕이는 네 앞에서

나는 또 바보같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지.

투정이었다고, 아니라고, 그 어떤 상처를 받든
네 옆에 있겠다고 백 번이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어.
내가 떠난다고 해도 너는 하나도 아쉬울 게 없어 보여서
날 위해 이성적으로 판단해 주는,
이별의 순간이 닥쳤음에도 전혀 동요 없는 네 모습이,
그게 너무 비참해서.

 

네 말이 맞았거든.
너와 함께여서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면,
스스로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만 했으니까.
어쩌면 끝낼 용기가 없어서 네게 등 떠민 건지도 몰라.
나로서는 도저히 힘든 일이라
그런 내 마음을 넌 알아챘는지도.
그렇게 난 애원을 포기했어.

열병이 이런 걸까 싶네.
내가 상사병에 걸린 건가 싶네.
네 곁에서 행복했던 만큼,
딱 그 정도의 불행을 오롯이 겪고 있는 느낌이야.
이제는 네가 없어서인지
시원한 날씨에도 숨이 턱 막힌다.
청량하기 그지없는 이 날씨가
소름 끼치도록 불쾌하게만 느껴져.

이런 마음을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아무런 감정 없이 너를 떠올리려면 말이야.
새로운 인연을 만나도 그때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으려나.
어쩌면 나는,
네가 아닌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과 분위기,
그때의 전부를 그리워하는지도 몰라.

어떻게 보면 난 참 운이 좋았어.
널 만나서 마음을 다 채웠었거든.
네가 빈틈 하나 없이 메웠고,
너로 인해 작은 그림자 하나 없이 어디든 밝았어.
그러니 지금 내 안이 어둡고 텅 빈 건 내가 감당해야 하겠지.
이 슬픔을 견디는 것도 내 몫이겠지.

하지만 괜찮은 척하지는 않을래.
널 못 본 다는 건 생각보다 엄청 힘드네.
네가 없이도 계절은 바뀌고 나는 매일 시들어가.
꽃은 시들면 떨어지는데, 사람은 시드니 껍데기만 남아.

사랑,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니라던데.
하긴 살면서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않을까?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겠지.
그때 내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겠지.
하지만 그들은 지나온 사람이고, 나는 아직 마주하고 있거든.
바로 코앞에 닥친 일이거든.
만신창이가 된 마음으로는 도저히 안정될 수가 없으니까.

물론 나는 너의 행복을 바라.
네가 행복의 길로 갔으면 하고 간절하게.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바라고 있어.
너는 내가 아는 이들 중 가장 강하고, 선한 사람이니까.

나는 아마 평생토록 네가 애틋할 거야.
너를 사랑하기를 멈추더라도,

네가 희미한 기억으로 남게 될지라도
너라는 존재를 알았다는 것과
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것,
너에게 많은 것들을 받았다는 것,
너로 인해 내가 변화했다는 것.
모든 것이 내겐 큰 의미이니까.

오늘도 나는, 코끝이 찡하다.
나의 안녕을 바라며 너에게 축복을 빈다.
한여름 밤의 꿈같이 또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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