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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는 나를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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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나 싶으면 푸른 새벽이었고,
낮이 되나 싶으면 새까만 밤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너와 있으면 만물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뿐일까.
너를 보고 있으면 현실 따위는 잊어버린 채
행복에 겨워서 매 순간이 아쉬웠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들로 숨이 찼다.
그래서였나.
점점 욕심이 났다.

너의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고
너의 표정 하나하나를 의식했다.
너는 궁금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종일 쫑알쫑알거렸고,
너는 당황스럽고 불편할 감정들을 이따금 호소하곤 했다.

하지만 너의 인연이 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너의 사랑이 내가 아님을 알기에,
더는 욕심내지 않으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서 벗어나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결국 네게로 돌아오고 마는 도돌이표였다.

돌이켜보면

너는 내게 상처 주지 않으려 참 애를 썼다.
항상 주변에 머물며 안부를 묻고, 위로를 주었다.
너는 그럴 필요도, 의무도 없는데
그저 본인을 향한 외사랑이 가여워서.
내가 잘못되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과 불안으로.
언젠가 평온에 놓이길 바라는 진심으로.

너는 그만큼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런 너를 어찌 욕심내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내가 무슨 수로 너를 마다할 수 있었을까.
네 눈에도 나의 갈 곳 잃은 마음이
마치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는 나룻배 같아 보였을지.
하필 너여서 고마웠을지, 나여서 미안했을지.
이런저런 생각들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너를 처음 만난 후,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며
마냥 들떴던 마음이 있었다.
이제는 그 겁 없던 마음이 가여워진다.
현실에 눈을 뜬 뒤 나는 너를 떠났고,
거뜬히 이겨낼 것이라 했던 다짐이
우스울 정도로 산산이 조각났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네게서 더욱 멀어져야 했다.
네 곁을 맴돌며 헛된 희망을 품었던,

철없던 기대가 초라했거든.
네가 아니면 안 될 것만 같은,
구질구질한 미련이 비참했거든.

그래, 나 호기롭게 괜찮을 거라 했지만 솔직히 괜찮지가 않다.
성한 곳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뼈마디가 으스러진 것처럼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프기만 하다.
어쩜 널 떠난 게 아니라
널 사랑하는 나로부터 무작정 도망쳤던 것이었을지도.

바람처럼 가벼이 흐르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돌처럼 언젠가는 부서지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마음길이라는 것이 이다지도 깊고 험할 줄 알았을까.
그렇더라도 한번 나아간 발은 멈추질 않았다.
온 마음을 쌓고, 메어서 잘도 지고 간다.

찰나 티끌같이 옹졸해졌다가도
이내 천지를 품을 듯 넓어지는 마음은
분명 내 탓인데도 괜스레 너를 탓하고만 싶었다.
너를 위해서 뭐든 해내고 싶었는데,
나답지 않게 어리광을 피우고
별게 다 서운해서 못난 모습을 많이도 보였다.
세상에선 아무리 듬직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어도
네 앞에선 한없이 자그만 난쟁이일 뿐.
너의 눈빛 하나에도 그대로 얼어버리고 마는.

그럴 때면 사랑하는 마음이란,
사랑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단지 갖고 싶은 것 말고, 자꾸 받고 싶은 것 말고,
늘 곁에 있고 싶은 것 말고, 더 잘 보이고 싶은 것 말고,
상처받기 싫은 것 말고, 서운한 것 말고,
이기적인 것 말고, 보채는 거 말고
이런 감질나는 욕심들 말고..

위로하고, 지켜주고,
아껴주고, 기다려주고,
온전히 기울이고, 겸허히 인내하는.
전부를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아쉬운 것이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완전해지는,
네가 괜찮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그런 넓은 마음들.

너를 위해 또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리게 아픈 마음은 어떻게 달래야 하고
기약없는 기다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온통 너로 물든 세상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너를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
나는 사랑을 알아야만 했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더라.
영원한 온기는 없다고.
그래, 나 또한 쉼 없이 걷다 보면
바삐 살다 보면 언젠가 평안을 얻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야
억지로 이 마음을 끊어내려 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는 그대로 내 세상에 머물겠지만,
언젠가는 멀리서가 아니라,
널 마주하면서도 환히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나의 방식으로 마음을 보살필 생각이다.

물론 목놓아 우는 하루가 있겠지.
꾹 눌러 참다가 미친 사람처럼 한참을 달려야 정신이 들겠지.
그렇더라도,
아무런 일 없이도 미소 짓는 날이 분명 올 거라고 기대해 본다.
짙은 그리움에 몸부림치면서도,
애타는 심정을 눌러가면서도.
너와의 추억으로 힘을 얻고, 너로 인해 다시 꿈을 꾸면서,
너를 떠올리며 더는 눈물이 아닌 미소가 번지는 날 같은.
너의 연인에게도 질투나 부러움이 아닌,
진심을 다하여 축하와 축복을 줄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네가 나의 전부였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감히 전부를 주었다고 말할 수 있는..
너는 내게 그런 존재이니까.
나의 스승이자 벗이었고,
슬픔이자 영광이었던 영웅이었으니까.

이와 같은 마음이 영원하길 바라진 않겠다.
언젠가 네가 날 사랑해 주길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너의 행복을 빌 것이다.
네가 짓는 모든 웃음에 0.1초의 머뭇거림이 없기를,
한 치의 거짓도 없기를.
너로 인해 내가 느꼈던 행복의 곱절을 느끼기를.

이와 같은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진 않겠다.
이런 내 마음을 오래간 기억해 주길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네가 알았으면 한다.
네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를 알았으면 한다.
그래서 그에 걸맞은 근사한 사랑을 하기를.
나 또한

나와 같이 사랑해 주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그를 안아줄 수 있기를.
지금보다 더 성숙한 마음으로 상대를 보듬을 수 있기를.
다시 한번 뜨겁게 사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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