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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write

마지막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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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세월

당신만을 마음에 품고

온 마음을 그렇게 빈틈없이 채웠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이라는 것이

제게는 얼마나 큰 자긍심이었는지,

얼마나 깊은 안도였는지 모르실 테지요.

가끔은 하늘은 보며 애를 태우고

또 종종 꽃을 보며 당신을 떠올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은 제 안에서 쉼 없이 살아 숨 쉬며

그 존재를 각인시키고, 저를 따뜻하게 감싸주었습니다.

하루는 당신이 너무 그리워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언제나 입안에서 맴돌다 사라졌고,

당신의 얼굴은 늘 머릿속을 휘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했습니다.

이제는 그마저 흐릿하군요.

그래요.

어떤 때는 내가 사랑하는 이가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인지,

당신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당신은, 당신이 아닐지도요.

어쩌면 수없이 부여했던 의미들이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아니었을 수도요.

누군가에게는 우주인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모래알인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우주가 미움이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모래알이 사랑이라 말할 수는 있는 것처럼.

세상에는 혼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지요.

이제는 많은 세월이 흘러 잘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당신 하나로 평생을 살아왔지만,

저는 아직도 당신을 더 사랑하고만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저는 태어난 것일까요?

아직은 더 살고 싶습니다.

살아서 당신을 한 번만 더 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사랑이란 말보다 그립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려나요?

그래서 당신을 만나게 되면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행복했습니까?
당신은 전부를 걸 만한 사랑을 했나요?
그래서 당신의 상처는 치유가 되었는지요?
지금 당신의 안녕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렇게 묻고, 답을 듣고.

그제야 어디로든 사라져도 괜찮을 것만 같은걸요.

그래야 제가 한 세계에서 소멸되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직, 더 살고 싶습니다.

당신을 품은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었는지를,

당신이 제게 선물한 행복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알려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얘기보다는 당신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군요.

당신만 괜찮다면,

그렇게 종일 당신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꺼이 생을 멈추고 싶습니다.

마침내 이 삶을 졸업하여 다음 생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때에도 만약 제가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더 당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다음 생에서도 당신을 만나

온전히 당신만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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