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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네.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무섭게 쏟아지네.
며칠째 계속되는 장마에 창밖을 서성인다.
문득, 마음에도 계절이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봄이면 꽃이 가득한 곳으로 도시락을 싸서 피크닉을 가고,
여름이면 냇가에 수영을 가고 장마에 대비하고,
가을이면 낙엽을 밟으며 책을 보고,
겨울이면 내린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 듯이
마음도 계절 따라 변하는 것이었으면,
그래서 대비를 할 수 있다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흘러가는 거면 좋겠다.
그래서 내 마음 속 한 계절에만 네가 살았으면.
그랬으면 나 이렇게 오랜 시간을 온 마음을 빼앗긴 채 살아가지는 않았을 텐데 말야.
시간이 약이라던데 세월이 흐르면 옅어지고 모든 것이 아스라히 변해간다던데,
너만큼은 왜 더 짙어지는 지.
그만큼 너라는 존재가 내게 강렬했던 걸까.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마치 널 기억하기 위한 것인 것처럼,
너는 내 안에 깊게 각인되어 오늘도 널 그리며 연소된다.
그러고 보니 이 비가 날 위로해주는 것 같기도 하네.
이 모든 것이 찰나 꾸는 꿈이었으면,
그랬으면 허망할 것 같다가도 눈을 뜨면 네가 있으면 좋겠다.
눈을 떠서 한번만 네 얼굴을 보고, 쓰다듬을 수 있다면,
내 전부를 걸어서라도 다시 한번 너를 볼 수만 있다면...
그랬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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