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Write/write

단꿈

728x90
반응형

나는 결국 너와의 인연을 애써 붙잡지 않았다.
마치 내 손아귀에서 새어나가는 모래처럼,

마지막 알갱이 한 톨까지 떨어지게 놔두었다.

그동안 너를 이해하기 위해,

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너와 닮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했더랬다.
마침내 그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아니 그것이 다 부질없음을 깨달았을 때의 심정은 처참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너를 만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너를 만나 내 세계는 확장되었고 나의 땅은 단단해졌다.
네가 있었으므로 내 시간들은 다채로운 색들로 칠해졌고

그 아름다운 색들을 끄집어낼 때마다 깊은 행복감에 빠지곤 한다.
비록 내게 큰 아픔을 주고 떠난 너일지라도 이는 변함없는 사실이기에.
너를 만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되려 감사할 뿐.


너는 내게 천사였고, 지니였고, 스승이었고,

때로는 독심술사이자 악마였으며, 사랑이었다.
단지 내가 너의 사랑이 아니었을 뿐.
너와의 스치듯 흘러간 인연에 감사하다.
내 인생에 스몄던 그 인연 한 줄이 유독 특별했던 문장이었음을.

내가 어느 시간에 살더라도 너를 기억할 것이다.

네가 찍힌 그 시간에, 그 페이지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너를 만나,

처음부터 또다시 너를 사랑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것이다.
또다시 너를 잃게 되더라도.
너와 멀어지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똑같이,

아니 지금보다 더 아프게 견뎌내야 하더라도.

그 어떤 고통도 견디게 할 만큼

너를 만나 보낸 시간은 충분히 가치 있으니까.

너라는 존재 하나로 모든 슬픔을 수긍시키니까.


그래서 그때가 온다면, 그때엔 현명하게 사랑할 것이다.
온 마음을 다해 널 사랑할 것이다.

모든 것이 깨고 나면 사라져버릴 한낱 꿈이라 할지라도.
신기루 같은 너를 꼭 끌어안고서 단꿈을 꿀 것이다.

728x90
반응형

'✒️ Write > wri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한텐, 네가 그랬어.  (0) 2024.06.18
마음의 계절  (0) 2024.06.10
이별 후유증  (0) 2024.06.09
지옥  (0) 2024.06.08
죽도록 싫은 사실  (0) 2024.06.07